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대종상과 달랐던, 품격의 청룡영화상

 



시작부터 달랐다. ‘참가상’,
‘대충상’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심사위원을 비밀에 붙였던 것과 달리
제36회
청룡영화상은 방송 초반에 심사위원의 명단(조혜정 중앙대교수, 조진희 숙명여대교수, 노종윤 월메이드필름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대표, 정보석 배우, 홍지영 영화감독, 조의석 영화감독, 김형중 스포츠조선대중문화전문기자)을 공개했다.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였다.

 

마지막까지
달랐다
. 한 영화에 일방적인 몰아주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대종상과는 달리 청룡영화상은 다양한 영화들에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나눴다. ‘나눠먹기’라는 인상보다는 줄 만한 작품과 배우에게 상을 ‘제대로’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청룡영화상 시상식 정말 좋습니다. 정말 상 잘 주죠?“라는 김혜수의 말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의 ‘안목’이
얼마나 달랐는지 주요 수상부문의 수상작(자)를 비교해보자. 두 상에 공통적으로 있는 수상부문을 위주로 리스트를 뽑아봤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종상이 주요 부문의 상을 <국제시장>에 몽땅
안기면서 주요 경쟁작들을 외면했던 것과는 달리 청룡영화상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주연상을 각기 다른 영화들로 채웠다.


대종상


수상부문


청룡영화상


국제시장


최우수작품상


암살


윤제균(국제시장)


감독상


류승완(베테랑)


황정민(국제시장)


남우주연상


유아인(사도)


전지현(암살)


여우주연상


이정현(성실한나라의앨리스)


오달수(국제시장)


남우조연상


오달수(국제시장)


김해숙(사도)


여우조연상


전혜진(사도)


이민호(강남1970)


신인남우상


최우식(거인)


이유영(봄)


신인여우상


이유영(간신)


백종열(뷰티인사이드)


신인감독상


김태용(거인)


박수진(국제시장)


각본(시나리오)상


김성제 손아람(소수의견)


이진(국제시장)


편집상


양진모(뷰티인사이드)


채경선(상의원)


미술상


류성희(국제시장)


김준성(더테너리리코스핀토)


음악상


방준석(사도)

 

한 영화가 특정 영화상을 독점한다고 해서 마냥 잘못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양한 작품들이 골고루 상을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눠먹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작품적으로
압도적인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가 몇 관왕을 한다고 해서 무엇이 잘못이겠는가?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독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올해는
<국제시장> 말라고
<암살>, <베테랑>, <사도> 등 작품성이 뛰어난 쟁쟁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했고, 많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어느 영화가 작품상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또, 그 영화들에 출연한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선보였고, 많은 감동을 선사하지 않았던가? 누가 주연(조연)상을 받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했더라도 적어도 시상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감독이
상을 받으면서 이렇게 부담이 되고 땀이 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많이 무대에 올라와서 죄송하다“는 말을 할 민망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종상이 마무리되고 충무로 영화인 A씨가 <CBS노컷뉴스>를 통해 털어놓은 뒷이야기는 ‘역시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했다.

충무로 영화인 A 씨는 이 같은 수상 결과를 당연한 결과라고 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작품을 심사하는 17명의 심사위원들 대다수의 나이가 지나치게 고령인 탓에, <베테랑>이 주는 정서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암살>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세 영화를 통틀어 놓고 보면, 직접 그들이 겪은 삶을 그린 <국제시장>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A씨의 주장을 고스란히 믿을 필요는 없다. (참고로 대종상 심사위원의 숫자는 총 15명이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든다. 게다가 <오마이뉴스>는 심사위원 중 몇 명이
노골적인 정치적 성향을 이미 드러냈던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이춘호 심사위원은 EBS 이사장에 재직하던 시절 친여·친박 정치활동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송현옥 심사위원의 경우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부인이다.

존폐의 위기에 서 있는 대종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종상에는 지금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필요하다. 젊은 피들의 수혈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영화학과 전공 대학생도 넣고, 젊은 영화인들을 심사위원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불과 일주일 만에 열린 청룡영화상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이를 교훈삼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매 순간 부끄러워하는 일로 다그치고 성장을 거듭하는 인간, 배우가 되겠다” (유아인)”너무 쟁쟁한 선배님들이 함께 노미네이트돼서 수상 생각도 못했다. 너무 작은 영화라” (이정현)


한편, 청룡영화상은 그동안 견지(見地)해왔던 파격적인 선택,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5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유아인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파격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당연’한 결과였지만,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던 선배들이 함께 후보로 올랐기에 ‘파격’이라 불릴 만 했다. 하지만
<베테랑>과 <사도>에서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던
그였기에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이정현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제작비 3억 원의 <성실한나라의앨린스>는 다양성 영화로 개봉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주류에선 벗어나 있는 영화였다.
너무 작은 영화라” 수상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은 그녀의 모습은
지난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한공주>의 천우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여우주연상으로 이정현을 선택한 청룡영화상의 과감함은
관객의 수와는 관계없이 오로지 ‘연기력’만으로 주연상 수상자를 선택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밖에
신인감독상(김태용 감독)과 신인남우상(최우식)을 수상하는 등
독립영화인 <거인>이 2관왕을 차지한 것도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또, 용산 참사를 다룬 <소수의견>이 각본상을 수상한 대목도 주목할 만 했다.



또, 음악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손현주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영화는 끝이 없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스태프들을 위해 여기 있는 배우분들이 힘찬 박수로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과는 달리 현장에서 묵묵하게 고생을 하는 스태프를 위해 박수를 보내는 시간을 유도해 훈훈함을 더했다.
한마디로 ‘시상식’ 다웠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높은 참석률로 청룡영화상을 빛냈고, 누가 상을 받던 간에 진심으로 축하했다. 청룡영화상은 다양한 볼거리와 화기애애한
축제의 분위기로 배우들을 맞이했고,
공정한 시상을 통해
대종상으로 화가 잔뜩 나 있던 영화 팬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그야말로 ‘품격의 차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자(작) 리스트

▲최우수작품상= 국제시장

▲감독상= 윤제균(국제시장)

▲남우주연상= 황정민(국제시장)

▲여우주연상= 전지현(암살)

▲남우조연상= 오달수(국제시장)

▲여우조연상= 김해숙(사도)

▲신인남우상= 이민호(강남1970)

▲신인여우상= 이유영(봄)

▲신인감독상= 백종열(뷰티인사이드)

▲시나리오상= 박수진(국제시장)

▲촬영상= 최영환(국제시장)

▲조명상= 김민재(경성학교: 사라진소녀들)

▲음악상= 김준성(더테너리리코스핀토)

▲녹음상= 이승철 한명환(국제시장)

▲편집상= 이진(국제시장)

▲미술상= 채경선(상의원)

▲의상상= 조상경(상의원)

▲기획상= 국제시장

▲첨단기술특별상= 한태정 손승현 김대준 김정수 아키라카이(국제시장)

▲인기상= 김수현 공효진

▲나눔화합상= 김혜자

▲한국영화공로상= 정창화, 윤일봉

▲해외부문남녀주연상= 쑨홍레이, 고원원

 

◇제36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암살

▲감독상= 류승완(베테랑)

▲남우주연상= 유아인(사도)

▲여우주연상= 이정현(성실한나라의앨리스)

▲남우조연상= 오달수(국제시장)

▲여우조연상= 전혜진(사도)

▲신인남우상= 최우식(거인)

▲신인여우상= 이유영(간신)

▲신인감독상= 김태용(거인)

▲각본상= 김성제 손아람(소수의견)

▲촬영조명상= 김태경 외 1명(사도)

▲음악상= 방준석(사도)

▲미술상= 류성희(국제시장)

▲편집상= 양진모(뷰티인사이드)

▲기술상= 조상경 외 1명(암살)

▲청정원인기스타상= 이민호 박보영 박서준 설현

▲단편영화상= 출사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국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