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 – 공간설치 작가 고재욱의 ‘룸 스위트 룸’


 

“지금 여러분이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우리는 24시간을 어느 공간에 귀속되어 살아가고 있어요.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이러한 사실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재욱 작가는 ‘공간’에 대해 여러 의문을 던지고 사람들이 공간에 가지고 있는 심리를 작업으로 풀어냅니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직접 참여를 통해 스스로 작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요. 관객들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공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재욱 작가의 ‘룸 스위트 룸(Room Sweet Room)!’ 전시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공간으로 보여주는 현대인의 모습


↑ 렌터블 룸 RENTABLE ROOM, Mixed Media, 245x245x245cm, 245x245x245cm,200x200x200cm, 2015

고재욱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그들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공간 및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어요. 작가는 함께 있고 싶지만 머무를 곳이 없는 연인들에게 이동식 방을 대여하는 ‘렌터블 룸(RENTABLE ROOM)’, 헤어진 연인들의 물건을 일정 기간 보관해주는 ‘네버 렛 미고(Never Let ME Go)’, 동전 노래방 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노랫소리에서 착안한 ‘가라오케 박스(Karaoke Box)’ 등의 작업을 통해 관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왔어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적인 공간, 그러나 공개되는 공간


↑ 에릭 아서 블레어 Eric Arthur Blair, mixed media, 185 x 185 x 185cm, 2015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난 작업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만남이나 참여형 프로젝트 대신 인간의 내면과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이동식 큐브를 선보입니다. 소설 『1984』 저자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본명에서 차용한 <에릭 아서 블레어>는 센서에 의해 큐브 안 침실에 불이 켜지며 드리내고 싶지 않은 사적인 공간이 관객에게 공개됩니다. 멀리서 보면 불투명한 유리일 뿐이지만 큐브에 다가가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요. 큐브 안의 베드는 작가가 2015년 프로젝트인 ‘렌터블 룸’에서 사용되었던 베드를 반으로 잘라서 넣은 것이라고 해요. 은밀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은 또한 누구에게나 오픈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작가는 <에릭 아서 블레어> 통해 공간의 양면성을 이야기합니다.

잠재된 욕망, 보호색을 띄는 큐브의 형태


↑ Room Sweet Room 설치전경

‘Pride(과시), Gluttony(폭식, 폭음), Sloth(나태)’가 부제로 붙은 <Protective Coloring>(2015)은 노래방, 주점, 게임방을 재현한 것입니다. 이 작은 큐브 또한 누군가에게 들이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공간을 표현했는데요. 동물이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을 쓰는 것처럼 이 공간 또한 화이트 큐브안에 들어오면서 실제 가지고 있는 컬러가 아닌 화이트 컬러의 보호색으로 공간을 보호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또한 화이트 큐브가 되었어요. 큐브의 문을 열면 노래방, 술방, 게임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 보호색 Protective Coloring – Pride, mixed media, 240 x 240 x 240cm , 2015

저마다의 화려한 컬러를 가지고 있지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보호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는 공간이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름’을 숨겨야 할 때가 많으니까요. 작가는 규격화된 공간에서 욕구를 억누르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잠재된 욕망을 보호색을 띄는 큐브의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기형적인 방


↑ 보호색 Protective Coloring – Gluttony, mixed media, 240 x 240 x 240cm, 2015 (2)

“효율성만을 강조한 주거 형태 덕분에, 기존의 공간이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역할들은 별도의 상업시설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습니다. 그 역할을 양도받은 상업시설들 또한 자본의 논리를 충실히 따라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결국 또 다른 기형적인 기능을 가진 방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욕구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단편적인 기능들만이 남아있는 공간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묘한 기운을 머금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곤 합니다.”

– 작가 노트 중

고재욱 작가
2010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고재욱 작가는 이 시대 청춘의 단면을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을 통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전 ‘네버 렛 미 고,2013’으로 데뷔하였으며 그의 대표작이 된 ‘렌터블 룸’ 프로젝트는 2014년 공간 해방, 오렌지연필, 반지하, 가우스, 서교예술실험센터와 2015년 동대문 옥상천국 DDP 등 장소를 옮겨 가며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jaewookkoh.com


↑ 보호색 Protective Coloring – Sloth, mixed media, 200 x 200 x 20 0cm, 2015